엑셀로 수많은 데이터를 관리하며 예산 집행 내역을 맞추느라 매일 야근하고 계신가요? 법인 결산 시즌만 되면 밀려드는 증빙 서류와 씨름하느라 정신없으시죠? 그래서 큰맘 먹고 ERP 시스템 도입을 알아보지만, 더존, SAP, 영림원 등 수많은 회계 프로그램 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비싼 돈 주고 도입했는데 정작 쓰는 기능은 몇 개 없거나, 반대로 기능이 부족해 또다시 엑셀을 켜는 상황,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수천만 원의 예산 낭비와 업무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딱 맞는 ERP, 3가지만 기억하세요
- 우리 회사의 규모, 업종 특성, 그리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 초기 구축 비용이 높은 설치형(On-premise)과 월 구독료 기반의 클라우드(SaaS) 방식의 장단점을 명확히 비교해야 합니다.
- 단순 프로그램 가격뿐만 아니라 교육, 유지보수, 향후 확장 비용까지 포함된 총소유비용(TCO)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첫 단추, 우리 회사 현황 정확히 알기
ERP 도입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외부의 추천이나 광고에 현혹되기보다, 우리 회사의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몸에 맞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이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규모와 성장 가능성 진단
현재 우리 회사가 소규모 스타트업인지, 안정기에 접어든 중소기업인지, 아니면 여러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 이상인지에 따라 선택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복잡한 재무 분석 기능까지 갖춘 SAP 같은 대규모 ERP를 도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일 뿐입니다. 반대로, 해외 진출이나 상장을 앞둔 성장 기업이 단순 기장 기능만 있는 저가형 회계 프로그램을 선택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 이중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K-GAAP(일반기업회계기준)을 따르는지,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이 필요한지 등 현재와 미래의 회계기준변경 가능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업종별 특수성, 놓치면 안 될 디테일
모든 산업이 동일한 회계 처리 방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업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ERP는 반쪽짜리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정교한 원가회계와 재고자산회전율 관리가 필수적이며, 건설업은 프로젝트별 예산 통제와 국고보조금 관리가 핵심입니다. 우리 회사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특화 기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업종 구분 | 필수 고려 기능 | 관련 회계/세무 용어 |
---|---|---|
제조업 | 생산관리 연동, 공정별 원가계산, 재고 실사 관리 | 원가회계, 재고자산회전율, 표준원가 |
건설업 | 프로젝트별 손익 및 예산 관리, 기성고 관리 | 건설업회계, 예산통제, 진행기준수익 |
유통/서비스업 | 매출채권 관리, 판매 채널별 분석, 인력 관리 | 매출채권회전율, 신용카드매출전표, 원천징수 |
비영리/공공기관 | 예산편성 및 집행, 결산 보고, 정부회계 기준 준수 | 비영리회계, 정부회계, 예산성과금, 성인지예산 |
구축형(On-Premise) vs 클라우드(SaaS) 전격 비교
ERP 시스템은 크게 회사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구축형’과 인터넷을 통해 접속하여 사용하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나뉩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하므로 우리 회사의 IT 인력, 예산, 데이터 관리 정책에 맞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초기 비용과 유지보수의 함정
일반적으로 구축형 ERP(더존 아이큐브 등)는 초기 도입 시 라이선스 구매와 서버 구축 등으로 높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한번 도입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클라우드 ERP(더존 위하고, SAP Business ByDesign 등)는 월 또는 연 단위 구독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초기 비용 부담이 적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총비용이 구축형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또한, 클라우드 방식은 시스템 업데이트나 유지보수를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IT 관리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보안과 업무 효율성
과거에는 회사 데이터를 외부에 둔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방식의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 보안 인력이 관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오히려 사내에 서버를 두는 것보다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회계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어 재택근무나 외근이 잦은 환경에서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내부통제 및 회계감사 대응 측면에서도 접근 권한 관리나 이력 추적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이는 비용이 전부가 아니다, 총소유비용(TCO) 계산법
ERP 도입을 검토할 때 가장 쉽게 빠지는 함정은 프로그램의 최초 구매 가격만 비교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ERP 도입은 소프트웨어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 완전히 녹아들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숨겨진 비용, 교육 및 컨설팅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직원들은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특히 분개 방식이나 계정과목 체계가 바뀌는 경우,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직무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육 비용과 업무 공백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 데이터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나 회사 특성에 맞게 기능을 일부 수정하는 커스터마이징 과정에서 추가적인 컨설팅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업그레이드와 확장성, 미래를 위한 투자
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세법이나 회계기준은 매년 바뀝니다. 현재는 필요 없더라도 미래에 사업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기능(인사, 급여, 물류 등)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모듈 추가가 용이한지, 비용은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매년 개정되는 세법(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제때 시스템에 반영되는지, 업그레이드는 원활하게 지원되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저렴한 가격만 보고 확장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선택하면, 결국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ERP 도입을 위한 마지막 조언
ERP는 단순히 전산회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예산편성부터 집행, 결산, 재무제표 분석에 이르는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경영 도구입니다. 따라서 도입 전에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 시스템을 사용할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예산회계실무 카페’와 같은 회계 커뮤니티를 통해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지, 실제 사용 후기는 어떤지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완벽한 ERP는 없지만,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ERP는 분명히 있습니다. 신중한 검토와 현명한 선택을 통해 예산 낭비를 막고, 진정한 업무 자동화와 효율성 향상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